숫자 데스크의 확률과 통계: p값·신뢰구간·베이즈를 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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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개요
1
우연은 생각보다 울퉁불퉁하다: 확률과 큰 수의 법칙
2
평균만 보면 속는다: 분포, 평균과 중앙값, 흩어짐
3
종 모양은 어디서 오나: 정규분포와 중심극한정리
4
1,000명에게 물어 5,000만 명을 안다: 표본과 표준오차
5
오차범위 ±3.1%p의 정체: 신뢰구간
6
우연일까 효과일까: 가설검정과 p값
7
p < 0.05의 함정: 오류, 검정력, 다중비교
8
양성인데 실제 병일 확률: 조건부 확률과 베이즈 정리
9
증거가 쌓일 때마다 생각을 고친다: 베이즈 갱신
10
같이 움직인다고 원인은 아니다: 상관, 인과, 심슨의 역설
오늘의 제보
#03 · 상위 3%
제보
"맘카페에 육아 앱 알림 캡처가 수백 개 올라왔다. '우리 아이 키가 또래 상위 3%예요!' 다들 상위 3%라는데, 앱이 숫자를 부풀리는 것 아닌가?" (문 데스크가 가져온 제보)
확인할 것
'상위 3%'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따라가 앱의 계산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러려면 종 모양 분포가 어디서 오는지, 표준편차로 '상위 몇 %'를 읽는 법을 익힌다.
한결일보 편집국 7층 · 숫자 데스크
수요일 아침, 문 데스크가 캡처 묶음을 하린의 책상에 펼칩니다. 어느 육아 앱이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보내 주는 알림입니다. "만 7세 남아, 키 130.5cm. 또래 상위 3%입니다." 비슷한 캡처가 맘카페에 수백 개입니다. "다들 상위 3%래. 이거 앱이 부모들 기분 좋으라고 부풀리는 거지? 기사 돼, 안 돼?"
하린도 고개를 갸웃합니다. "상위 3%면 백 명 중 세 명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많을 수가 있어요?" 강 선배가 캡처를 넘겨 보며 묻습니다. "몇 명 중에? 그리고 앱은 상위 3%를 어떻게 알았을까? 또래 아이를 전부 줄 세워 본 건 아닐 텐데."
강 선배가 앱의 도움말 페이지를 찾아냅니다. "나이별 기준표의 평균과 표준편차로 계산합니다"라는 한 줄이 있습니다. "평균과 표준편차만으로 백분위를 낸다는 건, 키가 종 모양으로 퍼져 있다고 보는 거야. 오늘은 그 종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보자."
이번 교시에서는 작은 우연이 모여 종 모양이 되는 과정을 공 떨어뜨리기로 보고, 종 모양에서 '상위 몇 %'를 계산하는 법을 익힙니다. 마지막으로, 원래 무엇이었든 평균은 종 모양이 된다는 중심극한정리를 직접 확인합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갈톤(Francis Galton, 1822–1911)은 이런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판에 못을 삼각형으로 박고 위에서 공을 떨어뜨립니다. 공은 못을 만날 때마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튕기고, 맨 아래 칸들 중 하나에 떨어집니다. 이 장치를 갈톤 보드(Galton board) 라고 부릅니다.
공 하나가 어느 칸에 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을 많이 떨어뜨리면 쌓인 모양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가운데가 높고 양옆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종 모양입니다.
아래 실습대에서 회색 점이 못, 주황 공이 떨어지는 공, 남색 막대가 칸에 쌓인 공입니다. 칸 아래 숫자는 칸 번호이고, 공이 오른쪽으로 튕긴 횟수와 같습니다. 오른쪽에서 속도와 못 줄 수(4–14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처음 화면은 못 12줄입니다.
공 0개
평균 칸 – (이론 6)
표준편차 – (이론 1.73)
'떨어뜨리기'를 누르세요. 공은 못을 만날 때마다 반반의 확률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튕깁니다.
왜 가운데에 많이 쌓일까요? 못 12줄을 지나는 공은 12번 튕기고, 매번 오른쪽일 확률이 1/2입니다. 맨 왼쪽 칸(0번)에 가려면 12번 모두 왼쪽이어야 하므로 확률이 (1/2)¹² = 1/4,096입니다. 가운데 칸(6번)에는 오른쪽 6번, 왼쪽 6번이면 순서와 상관없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이 924가지나 됩니다.
| 칸 번호 (오른쪽으로 튕긴 횟수) | 0 | 1 | 2 | 3 | 4 | 5 | 6 |
|---|---|---|---|---|---|---|---|
| 그 칸으로 가는 길의 수 | 1 | 12 | 66 | 220 | 495 | 792 | 924 |
| 확률 (길의 수 ÷ 4,096) | 0.02% | 0.29% | 1.61% | 5.37% | 12.08% | 19.34% | 22.56% |
7–12번 칸은 오른쪽과 왼쪽을 바꾼 것이라 거울처럼 같습니다. 가운데 칸 하나에 공의 약 23%가, 맨 끝 칸에는 4,096개에 하나꼴로만 들어갑니다. 가운데로 가는 길은 많고, 끝으로 가는 길은 적기 때문입니다.
갈톤 보드가 보여 주는 핵심은 이것입니다. 서로 상관없는 작은 우연(+1/2 또는 −1/2)을 많이 더하면, 그 합은 종 모양으로 퍼진다. 사람의 키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유전자와 영양, 수면 같은 작은 요인이 조금씩 키를 늘리거나 줄이고, 그 합이 키가 됩니다. 그래서 같은 성별, 같은 나이의 키는 대략 종 모양으로 퍼집니다.
갈톤 보드의 막대 위에 겹친 매끈한 곡선이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 입니다. 수학자 가우스의 이름을 따 가우스 분포라고도 합니다. 정규분포에는 이런 성질이 있습니다.
갈톤 보드에서 못이 줄이면 평균은 칸, 표준편차는 칸입니다. 12줄이면 평균 6칸, 표준편차 칸입니다. 실습대의 읽기 칸에서 쌓인 공의 평균과 표준편차가 이 이론값에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못 줄 수 | 4 | 16 | 64 |
|---|---|---|---|
| 표준편차 | 1칸 | 2칸 | 4칸 |
못 줄을 4배로 늘려도 종의 폭은 2배만 넓어집니다. 1교시에서 본 '제곱근의 법칙'이 여기서도 나옵니다. 우연을 많이 더할수록 합은 넓게 퍼지지만, 더한 횟수만큼이 아니라 그 제곱근만큼만 퍼집니다. 서로 반대 방향의 우연이 상당 부분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정규분포에서는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개만큼 떨어졌는지만 알면, 그 안에 몇 %가 들어 있는지 정해져 있습니다. 외워 둘 숫자는 셋입니다.
| 범위 | 그 안에 드는 비율 | 바깥 (양쪽 합) | 한쪽 바깥 |
|---|---|---|---|
| 평균 | 약 68% (68.3%) | 약 32% | 약 16% |
| 평균 | 약 95% (95.4%) | 약 5% | 약 2.3% |
| 평균 | 약 99.7% | 약 0.3% | 약 0.13% |
앱의 기준표로 계산해 봅시다. 앱 도움말에 따르면 만 7세 남자아이 키의 기준은 평균 122.0cm, 표준편차 4.6cm입니다(이 강의를 위해 지어낸 값입니다).
뒤집어 읽으면 더 쓸모 있습니다. 131.2cm보다 큰 아이는 약 2.3%, 대략 44명 중 한 명입니다. 135.8cm보다 큰 아이는 약 0.13%, 740명 중 한 명꼴입니다. 표준편차 2개 밖은 '드물다', 3개 밖은 '아주 드물다'고 기억하면 됩니다. 5교시의 오차범위에서 쓰는 1.96이라는 숫자도 이 '약 95%'를 정확히 맞춘 값입니다.
강 선배의 한마디
'정상 범위'라는 말을 보면 무엇의 ±2σ인지 물어봐. 정의상 건강한 사람도 스무 명에 한 명쯤은 그 범위 밖에 있어. 범위 밖이라고 다 문제인 건 아니야.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개만큼 떨어졌는지를 z점수(z-score, 표준점수) 라고 합니다.
z점수는 단위가 없습니다. 키(cm)든 시험 점수든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개"라는 같은 자로 잴 수 있습니다. z가 정해지면 정규분포에서 그 값보다 작은 사람의 비율, 즉 백분위가 정해집니다.
| z점수 | 0 | 1 | 1.5 | 1.645 | 1.88 | 1.96 | 2 | 2.5 | 3 |
|---|---|---|---|---|---|---|---|---|---|
| 백분위 (아래 비율) | 50 | 84.1 | 93.3 | 95.0 | 97.0 | 97.5 | 97.7 | 99.4 | 99.87 |
| 상위 % | 50% | 15.9% | 6.7% | 5.0% | 3.0% | 2.5% | 2.3% | 0.6% | 0.13% |
이제 캡처 속 아이를 계산합니다. 키 130.5cm, 기준 평균 122.0cm, 표준편차 4.6cm입니다.
z = 1.85의 백분위는 약 96.8, 즉 상위 약 3.2% 입니다. 앱이 "상위 3%"라고 한 것은 반올림하면 맞습니다. 거꾸로 상위 3%의 경계는 z = 1.88이므로 cm입니다. 앱의 계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왜 상위 3%가 그렇게 많아 보일까요? 강 선배의 첫 질문, "몇 명 중에?"로 돌아갑니다.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가 25만 명이라면 그 3%는 7,500명입니다. 상위 3% 아이는 드물지만, 한 나이대에 수천 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맘카페에 캡처를 올리는 부모는 대개 자랑할 만한 결과를 받은 부모입니다. 상위 50%라는 알림을 받은 부모는 굳이 올리지 않습니다. 올라온 글만 세면 실제보다 훨씬 많아 보입니다. 이 '스스로 골라 들어온 표본'의 함정은 4교시의 주제입니다.
같은 방법은 어디에나 씁니다. 많은 지능 검사는 평균 100, 표준편차 15가 되도록 점수를 맞춥니다. 그러면 130점은 z = 2, 상위 약 2.3%입니다. 115점은 z = 1, 백분위 약 84입니다.
"상위 ○%", "하위 ○%"라는 숫자를 보면 기준 집단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같은 나이, 같은 성별과 비교했는지, 기준표는 언제 누구를 재서 만든 것인지가 백분위를 바꿉니다. 그리고 그 백분위가 실제로 줄을 세운 것인지, 평균과 표준편차로 정규분포를 가정해 계산한 것인지 봅니다. 하린의 기사 결론은 이렇습니다. "앱의 '상위 3%' 계산은 기준표대로라면 맞다. 상위 3%가 많아 보이는 것은 그런 아이가 한 나이대에 수천 명이고, 좋은 결과를 받은 부모가 주로 글을 올리기 때문이다."
갈톤 보드는 '반반의 우연'을 더했습니다. 우연의 모양이 다르면 어떨까요? 주사위로 시작해 봅시다.
주사위 하나는 1부터 6까지가 모두 1/6입니다. 막대가 평평하고, 종 모양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주사위 두 개의 평균을 내면 3.5(합 7)가 가장 흔해집니다. 합 7이 나오는 경우가 36가지 중 6가지로 가장 많고, 양 끝(합 2와 12)은 한 가지씩뿐이기 때문입니다. 막대가 삼각형이 됩니다. 주사위 다섯 개, 열 개의 평균은 점점 종 모양이 됩니다.
이것이 통계학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 중 하나인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 theorem) 입니다.
원래 분포가 어떤 모양이든(흩어짐이 무한히 크지만 않다면), 서로 상관없이 뽑은 개의 평균은 이 커질수록 정규분포에 가까워진다. 그 평균은 원래 평균 이고, 표준편차는 이다.
주사위 하나의 표준편차는 약 1.71입니다. 주사위 4개의 평균은 , 25개의 평균은 입니다. 평균을 낼 개수를 4배로 늘리면 폭이 절반이 됩니다.
아래 실습대의 위 그림(청록)이 원래 분포이고, 회색 점선이 원래 평균 μ입니다. '뽑기 시작'을 누르면 원래 분포에서 n개를 뽑아 주황 점으로 찍고, 그 평균을 주황 선으로 긋습니다. 그 평균 하나가 아래 그림으로 떨어져 남색 막대에 쌓입니다. 아래의 회색 점선 곡선은 이론이 말하는 정규곡선(평균 μ, 표준편차 σ/√n)입니다. 처음 화면은 '균등' 분포(0–10 사이 어느 값이나 똑같이 나옴), n = 1, 속도 '천천히'입니다.
쌓인 표본평균 0개
원래 분포: μ = 5, σ = 2.89
표본평균들의 평균 – (이론 μ = 5)
표본평균들의 표준편차 – (이론 σ/√n = 2.89)
'뽑기 시작'을 누르세요. 위 분포에서 1개를 뽑아 평균을 내고, 그 평균 하나를 아래 히스토그램에 쌓습니다.
실습대에서 원래 분포의 표준편차는 균등 약 2.89, 치우침 2, 두 봉우리 약 2.62, 주사위 약 1.71입니다. 어느 분포든 n = 25에서 표본평균의 폭은 원래의 1/5이 됩니다. 균등 분포라면 2.89 ÷ 5 ≈ 0.58입니다. 읽기 칸의 '표본평균들의 표준편차'가 이론값 σ/√n에 가까워지는지 확인해 보세요.
치우친 분포는 종 모양이 되기까지 n이 더 필요합니다. 원래 꼬리가 길수록 평균에도 꼬리가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n이 30이면 충분하다"는 말은 어림일 뿐입니다. 아주 심하게 치우친 자료라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중심극한정리가 중요한 까닭은 앞으로의 교시가 모두 여기에 기대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응답자 1,000명의 '찬성 = 1, 반대 = 0'의 평균입니다. 그러니 조사를 여러 번 되풀이하면 지지율은 종 모양으로 흩어지고, 그 폭은 √1,000에 반비례합니다. 4교시의 표준오차, 5교시의 오차범위, 6교시의 p값이 모두 이 종 모양에서 나옵니다.
중심극한정리는 평균(또는 합)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별 값이 종 모양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 자료 중에는 종 모양이 아닌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규분포로 계산한 숫자를 보면 "이 자료가 정말 종 모양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특히 '상위 0.01%'처럼 아주 먼 꼬리에서는 정규분포 계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호 | 읽는 법 | 뜻 |
|---|---|---|
| μ | 뮤 | 모집단(원래 분포)의 평균 |
| σ | 시그마 | 모집단의 표준편차 |
| z | 제트 점수 | (값 − 평균) ÷ 표준편차.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개만큼 떨어졌나 |
| σ/√n | 시그마 나누기 루트 엔 | 크기 n인 표본평균의 표준편차 |
| ±2σ | 플러스마이너스 2시그마 | 평균에서 위아래로 표준편차 2개 (약 95%가 그 안에) |
강 선배의 한마디
중심극한정리는 '평균은 종 모양이 된다'는 거지, '데이터를 많이 모으면 데이터가 종 모양이 된다'는 게 아니야. 월급을 백만 명 모아도 월급 분포는 여전히 치우쳐 있어.
팩트체크 노트
서로 상관없는 작은 우연을 많이 더하면 종 모양이 된다. 갈톤 보드에서 가운데로 가는 길은 많고, 끝으로 가는 길은 적다.
정규분포는 평균(가운데)과 표준편차(폭) 두 숫자로 정해진다. ±1σ에 약 68%, ±2σ에 약 95%, ±3σ에 약 99.7%.
z점수 = (값 − 평균) ÷ 표준편차. z가 정해지면 백분위가 정해진다. 130.5cm 아이는 z ≈ 1.85, 상위 약 3.2%였다.
중심극한정리: 원래 분포가 무엇이든 n개의 평균은 n이 크면 종 모양이고, 폭은 σ/√n이다. 4배 모으면 폭이 절반.
개별 값이 모두 종 모양은 아니다. 치우친 자료, 섞인 집단, 꼬리가 두꺼운 자료에 정규분포 계산을 쓰면 틀린다.
기사에서 이 숫자를 만나면 물어볼 것: 상위 몇 %는 누구와 비교한 것인가? 그 자료는 정말 종 모양인가? 보이는 사례만 센 것은 아닌가?
목요일 아침, 문 데스크가 포털 화면을 출력해 들고 옵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투표 결과입니다. "10만 명이 참여했대. 국민 72%가 찬성. 여론조사는 고작 1,000명한테 묻는데 이건 10만 명이야. 이게 더 정확한 거 아냐?" 하린도 솔깃한 얼굴입니다. 강 선배만 어제의 맘카페 캡처를 다시 집어 듭니다. 4교시에서는 1,000명으로 5,000만 명을 아는 방법, 표본과 표준오차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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