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헤드라인
#02 · 장바구니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3.1% 상승, 체감 물가는 더 높아" (화요일 아침 1면)
알아낼 것
3.1%가 누구의 장바구니로 잰 평균인지, 왜 가게와 집에서 느끼는 물가와 다른지 알아낸다. 그리고 비상금 1,000만 원에 붙는 예금 이자 3.5%가 물가를 빼면 실제로 얼마인지 계산한다.
모퉁이 베이커리 · 아침 7시
화요일 아침, 지우는 오븐보다 먼저 거래처 명세서를 펼쳤습니다. 수입 버터 한 상자 값이 1년 전보다 18% 올랐습니다. 밀가루는 6%, 우유와 달걀은 5.5%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윤 지점장이 들고 온 신문 1면에는 "소비자물가 3.1% 상승"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말이 안 돼요. 우리 재료는 거의 다 5% 넘게 올랐는데 물가가 3.1%라니요. 숫자가 틀린 거 아니에요?" 윤 지점장은 크루아상을 한 입 먹고 되묻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장바구니가 다른 거야. 3.1%는 누구 장바구니로 잰 숫자일까?"
지우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도윤이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진입니다. 어제 냅킨에 그린 그래프에 '가중 평균'이라고 크게 써 놓았습니다. 윤 지점장이 사진을 보고 웃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그렸네. 오늘은 그 가중 평균을 직접 만들어 보자."
이번 교시에서는 물가지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같은 기록이 비교 기준에 따라 왜 다르게 보이는지, 체감 물가가 왜 다른지를 실습대로 봅니다. 마지막에는 물가를 뺀 '실질' 숫자로 가게의 비상금을 다시 계산합니다.
물가는 수많은 물건과 서비스의 값입니다. 빵값은 오르고 휴대폰 값은 내리기도 합니다. 이것을 숫자 하나로 말하려면 장바구니를 정해야 합니다. 보통의 가계가 한 달에 사는 물건과 서비스를 바구니에 담고, 그 바구니 값이 얼마나 변했는지 재는 것입니다.
간단한 바구니로 해 봅시다(가상의 가격).
| 품목 | 수량 | 작년 값 | 올해 값 | 가격 변화 |
|---|---|---|---|---|
| 식빵 | 2개 | 3,000원 → 6,000원 | 3,300원 → 6,600원 | +10% |
| 우유 | 2통 | 2,500원 → 5,000원 | 2,600원 → 5,200원 | +4% |
| 버스 | 6번 | 1,500원 → 9,000원 | 1,500원 → 9,000원 | 0% |
| 바구니 합계 | 20,000원 | 20,800원 | +4% |
작년 바구니 값을 100으로 놓으면 올해는 입니다. 이렇게 기준 시점을 100으로 놓은 숫자가 물가지수(price index) 이고, 가계가 사는 바구니로 잰 것이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 입니다. 물가 상승률은 두 시점의 지수를 나눠 구합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계속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 반대로 계속 내리는 현상을 디플레이션(deflation) 이라고 합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나라의 통계 기관이 수백 개 품목의 값을 매달 조사해 만듭니다. 바구니가 크고 복잡할 뿐, 원리는 위 표와 같습니다.
위 표에서 식빵은 10%, 우유는 4%, 버스는 0% 올랐습니다. 세 숫자를 그냥 평균하면 4.7%인데, 바구니 값은 4% 올랐습니다. 바구니에서 차지하는 돈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작년 바구니 2만 원 가운데 식빵이 6천 원(30%), 우유가 5천 원(25%), 버스가 9천 원(45%)입니다.
이 비중을 가중치(weight) 라고 하고, 이렇게 비중을 곱해 더한 평균을 가중 평균이라고 합니다. 품목마다 '비중 × 가격 변화'는 그 품목이 전체 물가 상승률에 보탠 몫, 곧 기여도(%p)입니다. 물가 상승률은 기여도의 합입니다.
신문의 3.1%도 이렇게 만든 숫자입니다. 아래 실습대에는 품목 8개짜리 가상의 장바구니가 있습니다. 공식 장바구니에서는 집세·통신·기타 서비스가 56%로 가장 크고, 수입 버터는 1%뿐입니다. 수입 버터가 18%나 올라도 공식 물가에 보태는 것은 입니다. 반면 1.5%밖에 안 오른 집세·통신·기타는 비중이 커서 를 보탭니다.
실습대의 줄 하나가 품목 하나입니다. 남색 막대는 가중치(비중), 청록 막대는 1년 가격 변화, 오른쪽 끝 숫자는 기여도입니다. 아래쪽 큰 숫자가 물가 상승률이고, 그 아래 띠는 기여도를 이어 붙인 것입니다. 줄을 누르면 그 품목이 주황색으로 표시되고, 오른쪽 슬라이더로 그 품목의 가격 변화와 가중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 칩으로 가중치 묶음을 통째로 바꿉니다.
값이 크게 출렁이는 채소·과일과 전기·가스요금을 빼고 계산합니다.
표의 줄을 누르면 그 품목을 고릅니다.
공식 장바구니로 잰 물가 상승률은 3.1%입니다. 수입 버터: 가격 변화 +18% × 비중 1% = +0.18%p.
같은 가격 변화로 세 가지 숫자가 나왔습니다(소수 첫째 자리 반올림).
| 장바구니 | 가중치가 큰 품목 | 물가 상승률 |
|---|---|---|
| 공식 | 집세·통신·기타 56%, 외식 14%, 교통비 11% | 3.1% |
| 우리 가게 | 쌀·밀가루 30%, 수입 버터 25%, 우유·달걀 20% | 8.9% |
| 모두 같은 가중치 | 품목마다 12.5% | 6.6% |
지우의 말도, 신문의 숫자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3.1%는 보통 가계의 장바구니로 잰 평균이고, 지우가 느낀 8.9%는 빵집의 재료 바구니로 잰 값입니다. 가게의 원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보려면 공식 물가가 아니라 가게 장바구니로 계산해야 합니다. 생산자가 사는 물건의 값은 따로 생산자물가지수로 발표됩니다.
공식 장바구니의 가중치는 보통의 가계가 실제로 돈을 쓰는 비율을 조사해 정하고, 몇 년마다 바꿉니다. 사람들의 소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실습대의 숫자는 이해를 위해 지어낸 것이지만, 서비스와 집세의 비중이 크고 개별 식료품의 비중이 작다는 점은 실제 장바구니와 닮았습니다.
윤 지점장의 한마디
물가 숫자를 보면 '누구 장바구니야?'부터 물어. 내 장바구니가 평균과 다르면 내가 느끼는 물가도 다른 게 당연해.
물가 기사의 상승률에는 늘 비교 기준이 붙어 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비교하는 작년 그 달이 유난히 낮았거나 높았으면, 올해 그 달에 아무 일이 없어도 상승률이 튑니다. 이것을 기저 효과(base effect) 라고 합니다. 기저(基底)는 '비교의 바닥'이라는 뜻입니다.
아래 실습대의 위 그림은 지어낸 물가지수 24개월(작년 1월 = 100)입니다. 작년 5월에 채소값 폭락과 한시적 요금 할인이 겹쳐 지수가 한 달 크게 떨어졌다가(주황 점) 6월에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회색으로 칠한 오른쪽 절반이 올해입니다. '재생'을 누르면 올해 1월부터 한 달씩, 이번 달(진한 점)과 작년 같은 달(청록 점)을 점선으로 잇고 아래 그림에 상승률 막대를 그립니다. '전월 대비' 칩을 누르면 같은 기록을 지난달과 비교합니다.
'재생'을 누르면 올해 1월부터 한 달씩,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한 상승률 막대를 그립니다.
올해 5월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직접 계산해 봅시다.
만약 작년 5월이 4월과 6월 사이의 평범한 값이었다면 올해 5월 상승률도 2.7–2.9% 근처였을 것입니다. 5.5%라는 숫자는 올해의 사정이 아니라 작년의 사정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5월 물가 5.5% 급등"이라는 헤드라인을 보면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어떤가(전월 대비 0.3%), 그리고 작년 같은 달에 무슨 일이 있었나.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작년 어느 달에 물가가 크게 뛰었다면 올해 그 달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낮게 나옵니다. "물가 상승률 둔화"라는 헤드라인이 그 달만의 착시일 수도 있습니다.
채소·과일은 날씨에 따라, 기름값과 전기·가스요금은 국제 에너지 가격에 따라 크게 출렁입니다. 이런 품목을 빼고 계산한 물가를 근원 물가(core inflation) 라고 합니다. 한 달의 날씨가 아니라 물가의 바탕 흐름을 보려는 것입니다. 무엇을 빼는지는 나라와 기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빼기도 하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통째로 빼기도 합니다.
장바구니 실습대에서 '근원 물가로 보기'를 켜면 채소·과일과 전기·가스요금을 빼고 나머지 품목의 비중을 다시 나눕니다. 공식 장바구니의 물가는 3.1%에서 2.4%로 내려갑니다. 출렁이는 두 품목이 이번에는 많이 올라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뜻입니다. 중앙은행은 근원 물가를 특히 눈여겨봅니다. 날씨 탓에 잠깐 오른 물가에 금리로 대응하면 뒤늦은 처방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3교시에서 이어집니다.
체감 물가가 높다는 기사가 틀린 것도, 공식 물가가 거짓인 것도 아닙니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물가가 3.1% 오르면 같은 1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작년의 1만 원어치 바구니를 사려면 이제 1만 310원이 듭니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의 1만 원은 작년 돈으로 원어치입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돈의 값이 내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돈의 숫자(명목)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실질)을 나눠 봅니다.
정확히 계산하면 입니다. 금리와 물가가 몇 % 정도일 때는 빼기로 어림해도 충분합니다.
이제 1교시에서 미뤄 둔 비상금 계산을 끝낼 수 있습니다.
| 비상금 1,000만 원, 1년 정기예금 | 명목 (통장 숫자) | 실질 (작년 돈으로 환산) |
|---|---|---|
| 세금 떼기 전 (3.5%) | 1,035만 원 | 약 1,003만 9천 원 (+0.39%) |
| 세금 15.4% 뗀 뒤 | 1,029만 6,100원 | 약 998만 7천 원 (−0.13%) |
통장의 숫자는 29만 6,100원 늘지만, 물가 3.1%를 감안하면 살 수 있는 양은 오히려 0.1% 남짓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예금이 손해라는 뜻은 아닙니다. 현금으로 들고 있었다면 실질 가치가 약 3% 줄었을 것입니다.
대출 쪽은 거꾸로입니다. 연 5.2% 대출의 실질 금리는 빼기로 어림하면 약 2.1%입니다(, 정확히는 2.04%). 물가가 오르면 갚아야 할 원금 6,000만 원의 실질 무게가 그만큼 가벼워집니다. 인플레이션은 돈을 맡긴 사람에게 불리하고 돈을 빌린 사람에게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 용어 | 뜻 | 뉴스에서는 이렇게 |
|---|---|---|
| 소비자물가지수 (CPI) | 가계가 사는 장바구니 값을 기준 시점 100으로 잰 지수 | "소비자물가지수 113.2" |
| 물가 상승률 | 두 시점 물가지수의 변화율 | "물가 3.1% 상승" |
| 인플레이션 / 디플레이션 | 물가가 계속 오름 / 계속 내림 | "인플레이션 우려" |
| 가중치 | 장바구니에서 품목이 차지하는 돈의 비중 | "가중치 개편" |
| 기여도 | 비중 × 가격 변화. 전체 상승률에 보탠 몫 (%p) | "석유류가 물가를 0.3%p 끌어올려" |
| 전년 동월 대비 / 전월 대비 | 작년 같은 달과 비교 / 지난달과 비교 | "전년 동월 대비 3.1%, 전월 대비 0.2%" |
| 기저 효과 | 비교 시점이 낮거나 높아 상승률이 튀는 현상 | "기저 효과로 상승 폭 확대" |
| 근원 물가 | 출렁이는 품목(농산물·에너지 등)을 뺀 물가 | "근원 물가는 2%대 유지" |
| 명목 / 실질 | 돈의 숫자 / 물가를 감안한 구매력 | "실질 임금 감소", "실질 금리 마이너스" |
같은 달의 발표를 두 신문이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둘 다 맞는 말입니다. 기사의 상승률을 보면 무엇과 비교했는지(작년 같은 달인지 지난달인지), 어떤 장바구니인지(전체인지 근원인지 생활물가인지)를 먼저 찾으세요. 그리고 숫자가 갑자기 튀었다면 작년 같은 달을 확인합니다.
지우의 경제 노트
물가지수는 장바구니 값의 변화다. 기준 시점을 100으로 놓고, 두 시점을 나눠 상승률을 구한다.
물가 상승률은 가중 평균이다. 품목마다 '비중 × 가격 변화'(기여도)를 더한다. 품목 수가 아니라 돈의 비중이 중요하다.
전년 동월 대비 숫자가 튀면 작년 같은 달부터 본다(기저 효과). 전월 대비, 근원 물가와 함께 읽는다.
체감 물가가 다른 것은 장바구니가 다르고, 자주 사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게 원가는 가게 장바구니로 계산한다.
실질 = 명목에서 물가를 뺀 것. 예금 3.5%의 실질 금리는 약 0.4%, 세금까지 떼면 거의 0이다.
이 헤드라인을 다시 보면: 3.1%는 보통 가계 장바구니의 평균이고, 우리 가게 재료 바구니로는 약 8.9%다.
지우가 계산을 마치고 고개를 듭니다. "그럼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누가 막아요?" 윤 지점장이 신문 2면의 작은 기사를 가리킵니다. "중앙은행. 물가가 목표보다 높으면 기준금리를 올리지. 마침 오늘 오후에 금리를 정하는 회의가 있어. 결과는 내일 아침 신문에 나올 거야." 지우의 얼굴이 굳습니다. "그럼 우리 대출 이자도 올라요? 변동금리인데요." 3교시에서는 기준금리 0.25%p 인상이 은행 금리와 가게 대출 이자, 그리고 물가까지 어떤 길로 퍼지는지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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