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헤드라인
#06 · 냅킨 위의 물결
헤드라인
"1분기 성장률 −0.2%, 경기 침체 우려" (둘째 주 월요일 아침 경제면 머리기사)
알아낼 것
GDP가 무엇을 재는지, 같은 분기를 '전기 대비·전년 동기 대비·연율'로 읽으면 숫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기 침체'라는 말이 언제 맞는지 알아낸다.
모퉁이 베이커리 · 아침 7시
둘째 주 월요일 아침. 계산대 옆에는 토요일에 도윤이 그려 둔 냅킨이 붙어 있습니다. 물결 같은 곡선 위에 '확장', '정점', '수축', '저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윤 지점장이 들어와 신문을 내려놓습니다. 1면 머리기사는 "1분기 성장률 −0.2%, 경기 침체 우려"입니다. 지우의 얼굴이 굳습니다. "마이너스래요. 침체래요. 그럼 손님이 줄어드는 거예요?"
윤 지점장은 기사 셋째 줄을 손가락으로 짚습니다. "여기 '전기 대비'라고 써 있지. 직전 분기보다 0.2% 줄었다는 뜻이야. 그런데 같은 기사 뒤쪽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이라는 말도 있어." 지우가 눈을 깜빡입니다. "줄었다면서 성장했다고요? 둘 중 하나는 틀린 거 아니에요?"
"둘 다 맞아. 무엇과 비교했는지가 다를 뿐이지." 이번 교시에서는 GDP가 무엇을 재는지부터 시작해, 같은 기록을 세 가지 성장률로 바꿔 보고, 냅킨 위의 물결에서 지금이 어디쯤인지 찾아봅니다.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 는 일정 기간(한 분기나 한 해) 동안 나라 안에서 새로 만들어진 물건과 서비스의 값을 모두 더한 것입니다. 나라 경제가 얼마나 많이 만들고 벌었는지 보여 주는 가장 큰 성적표입니다.
열쇠는 '새로'입니다. 모퉁이 베이커리가 크루아상을 4,000원에 팔았다고 4,000원이 모두 우리 가게가 만든 값은 아닙니다. 밀가루와 버터는 다른 곳에서 만들었고, 가게 건물과 전기도 다른 사업자가 제공했습니다. 우리 가게가 보탠 값만 셉니다. 이것을 부가가치(value added) 라고 합니다. 5교시의 원가표(환율 1,400원)로 계산해 봅니다.
| 금액 | |
|---|---|
| 크루아상 판매가 | 4,000원 |
| − 수입 재료 (버터·밀가루) | 1,120원 |
| − 국내 재료 (우유·달걀·설탕·포장) | 360원 |
| − 임대료·전기·가스 등 | 700원 |
| = 우리 가게의 부가가치 | 1,820원 (인건비 1,200원 + 마진 620원) |
국내 재료 360원은 우유 농장과 포장재 공장의 부가가치로 그쪽에서 셉니다. 우리 가게가 또 세면 두 번 세게 됩니다. 수입 버터 1,120원은 외국에서 만든 것이라 우리나라 GDP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라 안 모든 사업자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이 GDP입니다.
같은 GDP를 쓰는 쪽에서 셀 수도 있습니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 지출, 그리고 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을 더해도 같은 값이 됩니다. 기사에서 "소비 부진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처럼 말하는 것은 이 네 덩어리 중 어디가 줄었는지를 짚은 것입니다.
GDP가 재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집안일과 봉사처럼 값을 매기지 않는 일, 여가, 그리고 번 것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분배)는 GDP에 나오지 않습니다.
GDP는 '값'을 더한 것이라 물가가 오르기만 해도 커집니다. 그래서 두 가지로 셉니다.
모퉁이 베이커리에 빗대 봅니다(가상의 수치). 작년에는 크루아상을 10만 개, 개당 3,800원에 팔았고, 올해는 10만 2,000개를 4,000원에 팔았습니다.
| 작년 | 올해 | 증가율 | |
|---|---|---|---|
| 명목 매출 (그해 가격) | 10만 × 3,800 = 3억 8,000만 원 | 10만 2,000 × 4,000 = 4억 800만 원 | +7.4% |
| 실질 매출 (작년 가격 3,800원으로) | 3억 8,000만 원 | 10만 2,000 × 3,800 = 3억 8,760만 원 | +2.0% |
매출은 7.4% 늘었지만, 빵을 더 많이 만든 것은 2.0%뿐입니다. 나머지는 값이 오른 몫(4,000 ÷ 3,800 − 1 ≈ 5.3%)입니다. 대략 이런 관계가 됩니다.
GDP에 쓰는 물가는 GDP 디플레이터라고 부릅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얻는, 나라 전체 생산물의 물가입니다. 뉴스의 "성장률"은 특별한 말이 없으면 실질 GDP 성장률입니다. 물가가 올라서 커진 것은 성장으로 치지 않습니다.
이제 지우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분기 성장률은 세 가지 방식으로 계산하고, 기사마다 다른 것을 씁니다.
전기 대비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계절입니다. 1분기에는 명절 연휴가 끼고 날이 추워 일하는 날과 공사가 줄어서, 손대지 않은 기록(원계열)으로는 해마다 1분기가 크게 떨어져 보입니다. 그래서 전기 대비는 계절 때문에 생기는 오르내림을 걸러 낸 계절조정 기록으로 계산합니다. 전년 동기 대비는 같은 계절끼리 비교하니 이 문제가 저절로 사라집니다.
아래 실습대는 지어낸 실질 GDP 기록 13분기(3년 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입니다. 위쪽은 도윤의 냅킨처럼 모양을 단순화한 경기 순환 곡선이고, 주황 점이 '지금' 고른 분기의 자리입니다. 아래쪽 막대가 성장률입니다. 남색은 플러스, 붉은색은 마이너스, 주황은 고른 분기입니다. 연한 회색 띠는 해를 나누고, 연한 붉은 띠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구간입니다. 세로축은 세 성장률이 같은 눈금을 쓰니 막대 길이를 그대로 비교해도 됩니다(계절조정 전 숫자를 켜면 눈금이 넓어집니다).
| 전기 대비 (직전 분기와) | +0.6% |
| 전년 동기 대비 (1년 전 같은 분기와) | +2.4% |
| 연율 (이 속도로 1년 가면) | +2.4% |
3년 전 1분기: 전기 대비 +0.6%. 경기 순환에서 '확장' 쪽입니다.
세 분기를 골라 세 숫자를 나란히 놓아 봅니다(소수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
| 분기 | 전기 대비 | 전년 동기 대비 | 연율 |
|---|---|---|---|
| 재작년 4분기 | +0.2% | −0.2% | +0.8% |
| 작년 1분기 | +0.9% | +0.4% | +3.6% |
| 올해 1분기 | −0.2% | +1.2% | −0.8% |
올해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는 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네 번의 전기 대비를 곱해서 얻습니다.
작년에 많이 자라 둔 덕분에, 직전 분기보다 줄었어도 1년 전보다는 많습니다. 그래서 "−0.2%"와 "+1.2%"는 모두 맞는 말입니다. 연율은 입니다. 전기 대비가 작을 때는 대략 4를 곱한 값이 됩니다.
재작년 4분기를 보세요. 전기 대비는 이미 +0.2%로 돌아섰는데 전년 동기 대비는 −0.2%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하는 숫자는 앞선 하락을 아직 품고 있어서, 회복을 한두 분기 늦게 보여 줍니다.
나라마다 앞세우는 숫자도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계절조정한 전기 대비를 앞세우고, 미국은 연율을 앞세웁니다. 그래서 "미국 성장률 2.0%"와 "한국 성장률 0.5%"를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분기 0.5%를 연율로 바꾸면 로 같은 속도입니다.
경제는 한결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습니다. 잘 팔리고 고용이 느는 시기와, 생산이 줄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기가 번갈아 옵니다. 이것을 경기 순환(business cycle) 이라고 하고, 네 국면으로 나눕니다.
| 국면 | 뜻 | 실습대 기록에서 |
|---|---|---|
| 확장 | 생산이 늘어나는 시기 | 3년 전 내내, 작년 내내 |
| 정점 | 확장이 끝나는 꼭대기 | 재작년 1분기, 작년 4분기 |
| 수축 | 생산이 줄어드는 시기 | 재작년 2·3분기 (−0.4%, −0.3%) |
| 저점 | 수축이 끝나는 바닥 | 재작년 3분기 |
순환의 길이와 깊이는 매번 다릅니다. 냅킨의 물결처럼 고르지 않습니다. 실습대 위쪽 곡선도 모양을 단순화한 것이고, 점의 자리는 아래 기록의 정점과 저점에 맞춘 것입니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질 GDP가 두 분기 연속 전기 대비로 줄면 흔히 기술적 경기 침체(technical recession) 라고 부릅니다. 실습대의 붉은 띠, 재작년 2·3분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것은 기자와 시장이 쓰는 어림 규칙이지 공식 판정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민간 연구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위원회가 고용·소득·생산 같은 여러 지표를 함께 보고 침체의 시작과 끝을 정합니다. 우리나라도 통계 당국이 여러 지표를 모아 경기의 정점과 저점을 정하는데, 대개 몇 년이 지난 뒤에 확정합니다.
정점과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압니다. 올해 1분기의 −0.2%는 작년 4분기가 정점이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한 분기 쉬어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습대 위쪽 곡선의 '지금' 점 오른쪽이 점선인 이유입니다. 헤드라인이 "침체"가 아니라 "침체 우려"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윤 지점장의 한마디
'침체 우려'는 아직 침체가 아니라는 뜻이야. 한 분기 숫자로 판정하지 말고 다음 분기 숫자와 고용 숫자를 같이 봐. 그리고 처음 나온 성장률은 속보치라서, 자료가 더 모이면 0.1–0.2%p씩 고쳐지는 일이 흔해.
경기를 사람 쪽에서 보여 주는 숫자가 고용 지표입니다. 먼저 사람을 나눕니다. 15세 이상 인구는 일하거나 일을 찾는 경제활동인구와, 학생·전업 주부·은퇴자처럼 일할 뜻이 없거나 일을 찾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뉩니다.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일할 뜻과 능력이 있고 일자리를 찾았지만 구하지 못한 사람)로 나뉩니다.
15세 이상이 100명인 작은 마을로 계산해 봅니다. 경제활동인구가 64명(취업자 62명, 실업자 2명)이면 실업률은 2 ÷ 64 ≈ 3.1%, 고용률은 62 ÷ 100 = 62%입니다. 이제 실업자 한 명이 일자리 찾기를 포기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 갑니다. 실업률은 1 ÷ 63 ≈ 1.6%로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데, 일자리는 하나도 늘지 않았습니다. 고용률은 62%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실업률이 내렸다는 기사를 보면 고용률도 함께 봅니다. 고용은 대개 생산보다 늦게 움직여서, 경기가 꺾인 뒤 한참 지나서야 숫자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 가게에는? −0.2%는 나라 전체의 평균입니다. 골목 빵집의 매출이 0.2%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경기가 수축하면 사람들은 외식과 간식부터 줄이는 경향이 있어서, 지우는 매출을 조금 더 꼼꼼히 보기로 합니다. 비교 방법도 오늘 배운 대로 고릅니다. 12월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2월은 명절 선물로 매출이 튀니 지난달이 아니라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합니다. 가게 장부의 계절조정입니다.
| 용어 | 뜻 | 뉴스에서는 이렇게 |
|---|---|---|
| GDP (국내총생산) | 일정 기간 나라 안에서 새로 만든 부가가치의 합 | "1분기 GDP 속보치 발표" |
| 부가가치 | 판매액에서 다른 곳에서 사 온 재료·서비스 값을 뺀, 새로 보탠 값 | "제조업 부가가치 감소" |
| 명목 / 실질 GDP | 그해 가격으로 센 값 / 기준 연도 가격으로 고정해 센 값 | "실질 GDP 성장률 −0.2%" |
| 전기 대비 / 전년 동기 대비 | 직전 분기와 /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한 증가율 | "전기 대비 0.2% 감소,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 |
| 연율 | 분기 증가율이 1년 내내 이어진다고 보고 1년치로 바꾼 값 | "미국 2분기 성장률 연율 2.0%" |
| 계절조정 | 계절 때문에 생기는 오르내림을 걸러 낸 기록 | "계절조정 기준 전기 대비" |
| 기술적 경기 침체 | 실질 GDP가 두 분기 연속 전기 대비로 감소 (어림 규칙) | "두 분기 연속 역성장, 기술적 침체 진입" |
| 실업률 / 고용률 | 실업자 ÷ 경제활동인구 / 취업자 ÷ 15세 이상 인구 | "실업률 하락에도 고용률 제자리" |
같은 발표를 두고 이런 헤드라인이 모두 나올 수 있습니다.
성장률 기사에서는 네 가지를 확인합니다. 무엇과 비교했나(전기, 전년 동기, 연율), 실질인가, 계절조정했나, 속보치인가. 그리고 한 분기가 아니라 앞뒤 몇 분기의 흐름을 봅니다.
지우의 경제 노트
GDP는 일정 기간 나라 안에서 새로 만든 부가가치의 합이다. 크루아상 4,000원 중 우리 가게가 보탠 값은 1,820원.
헤드라인 성장률은 물가 오른 몫을 뺀 실질 GDP 기준이다. 실질 성장률 ≈ 명목 성장률 − 물가 상승률.
같은 분기도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1.2%, 연율 −0.8%로 읽힌다. 무엇과 비교했는지부터 본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기술적 경기 침체'라는 어림 규칙이다. 정점과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안다.
실업률은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도 내려간다. 고용률을 함께 본다.
이 헤드라인을 다시 보면: 직전 분기보다 0.2% 줄었고 1년 전보다는 1.2% 많다. 침체인지는 다음 분기 숫자와 고용을 보고 판단한다.
화요일 아침, 수업 전에 도윤이 가게에 들릅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얼굴이 시무룩합니다. "용돈 모아서 산 주식인데요, 그 회사가 어제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거든요. 그런데 주가가 떨어졌어요." 윤 지점장이 신문을 넘기며 웃습니다. 마침 경제면 헤드라인도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하락"입니다. 7교시에서는 주가가 왜 지금의 숫자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먹고 사는지, 금리가 오르면 그 기대의 값이 어떻게 줄어드는지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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